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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터넷 에서 발견한 글 두번째
이름 건칠 날짜 2007-08-23 [12:58] 조회 9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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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3777/받음:1111

 
수행자가 있는 세상은 큰 기쁨 
返照 () l 2006-09-19 07:58 http://blog.aladdin.co.kr/gosinga/95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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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 불타의 게송
등하 지음 / 법공양 / 2006년 6월
평점 : 
 

열반을 가리키지 못하는
천 마디 말 어디에 쓰랴
듣는 이의 마음을 바로 쉬게 하는
일구(一句)의 법문이 값지고 귀하다(50면)

학문을 하는 것은 항상 뭔가 허전했다. 거목의 잎사귀들은 가을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데, 그 생생하고 광활한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는 허전함 같은 것. 뭔가 타는 목마름이 있어 학문을 했겠지만, 이제 그 목마름이 가시니 천 마디 말, 만 마디 말이 모두 부질없다. 이제는 학문을 하게 했던 그 마음을 쉬게 하는 한 마디 법문이 더 귀하고 더 값지다. 아니, 그 마음을 쉬게 되니, 한 마디 법문이 참으로 귀한 것임을 알겠다. 그 "일구의 법문"들은 너무나 분명한 것들이어서 도리어 얻기가 힘들었나 보다. 법구경의 한마디 한마디 법문을 듣노라면 마치 산사의 수조에 또르르 떨어지는 물을 마시는 듯하다. 특별할 것 없으되 참 맑고 깨끗한 것. 몸 안으로 흘러 마음을 적시는 것이 마치 물 흘러 꽃 피듯 하다.


"법구경은 원래 부처님의 법구를 모은 게송집이었다. 다시 말해, 이 경은 부처님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연달아 한번에 설하신 것이 아니라, 불멸 후 경전 결집이 이루어지고 난 몇 백년 후에, 법구존자가 아함경 가운데 나오는 게송을 두루 살펴, 요긴하고 핵심적인 것들을 가려서 엮은 경"(345면)이다. 법구존자는 한 마디 법문, 한 편의 게송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대신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 만큼 국내에는 번역본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등하스님 번역의 법구경은 그중 가장 최근의 역본이다.

번역본들을 일일히 비교하여 우열을 논하는 것은 피하겠다. 그런 것도 내가 목마를 때에나 하는 것일 터. 등하스님 역본으로 읽으면서 더없이 흡족했기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그저 등하스님 역본의 몇 가지 특징만 언급하고 싶다.

먼저, 이 역본에서는 전통적인 용어 내지 선불교 문헌의 용어가 비교적 눈에 많이 띈다. 무량겁, 삼독, 염리, 정념, 단견, 상견, 선열, 근기, 선근, 안심입명, 본분사, 일대사, 두타행 등등. 그래도 이런 정도의 것들 이외에는 특기할 만큼 생소한 용어는 없다. 법구경 자체가 워낙 평담한 언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인들이 어렵다고 느낄 용어에는 책 뒷편에 역주를 달았다. 가령 염리(厭離)에 관한 역주는 이렇다:


진리에 눈뜨게 될 때, 그 동안 미망에 사로잡혀 애착하거나, 각성된 마음이 부족하여 단호히 끊고 떠나지 못하던 것을, 비로소 그 실상을 바로 봄으로써 진실로 싫어하는 생각이 일어나 마음이 거기서 아주 떠나 자유로워지는 것.(333면)

이런 역주는 학자의 역주가 아니다. 학자 너머의 안목을 갖춘 분의 역주이다. 역주 하나하나가 법문 같다. 사성제, 팔정도, 정념, 단견, 상견 등에 관한 역주는 가장 짧게 가장 깊이 일갈하는 법문 같아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다음으로, 선택된 낱말들이 맑고 문체가 아름답다. 법구경 뿐만 아니라 초기경전들의 빨리어 번역본들을 읽을 때마다 언제나 아쉬운 것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이었다. 굳이 버릴 이유가 없는 전통적 불교용어들을 대부분 버리고서 풀어서 번역하느라 그랬는지, 도무지 경전의 문체와 낱말이라고 할 수 없는 역본들이 즐비한 것이다. 그러나 등하스님 역본은 존중해야 할 전통적 불교용어를 그대로 살렸고 문체도 드물게 뛰어나다. 그리고 하나하나 낱말의 선택이 예사롭지 않다. 그 예들:


열반이란 비어있음이요, 자취가 없는 것
해탈자의 행로여,
허공을 나는 새가 날개짓의 자국을 남기지 않듯,
그 가는 길에도 자취가 없네(211면)

욕망의 밀림에서 모든 나무를 남김없이 제거하라
한두 그루 베어 넘기는 것으로 그치지 말지니
비구여, 그 밀림에서 두려움이 일지 않더냐
욕망을 자취 없이 근절하여 두려움에서 벗어나라(226면)

정념수행(正念修行)을 즐거워하고
늘 나태와 방종을 경계하는 수행자를 보아라
크고 작은 장애를 뚫고 거침없이 나아간다
온갖 것을 사르며 번지는 불길같지 않으냐(261면)


니체의 통찰을 빌자면, 일상화된 언어는 더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닳아버린 동전과도 같다. 언어가 보편화될수록 그 언어를 사용하는 자의 해석권에 더 깊이 함몰되기 때문에, 그만큼 원래의 자리에서 이탈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현대인에게 생소한 전통적 용어가 오히려 불교의 가르침을 더 직접적으로 가리킬 수도 있다. 그러한 용어는 현대의 해석지평를 끊어야 비로소 드러나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시대에 익숙한 용어만으로 번역하는 것은, 불교의 가르침을 현대의 해석지평으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교의 가르침이 생각이 끊어진 자리를 겨냥하고 있을진대, 현대의 해석지평에 무작정 동화시켜도 괜찮은 것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겠다. 등하스님 역본은 이러한 고심을 한 흔적이 역력하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법구경은 매우 쉽고 간결한 느낌을 주는 법문이다. 그러나, 그 안의 함의는 아무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깊이와 날카로움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지나치게 쉽게 푸는 데만 치우쳐 옮기다 보면, 높고 현묘한 법문을 그저 밋밋하고 너무 평이하거나 오히려 모호해져버리게 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하였다. [...] 대중성만을 고려하여 무작정 쉽게 하는 번역보다는, 좀더 정확한 개념과 분명한 사상적 틀을 통하여 불법의 참뜻과 그 위대성을 가능한 한 왜곡 없이 파악하도록 하는 번역이 시기적으로 더 큰 효용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44면)


결국, 결론은 "무엇보다 곡해 없이 여래의 뜻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데 제일 큰 주안점을"(343면) 두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현대의 해석지평도 끊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 용어도 취사선택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 새롭게 번역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침내 "여래의 뜻", "불법의 참뜻"을 아는 것이 관건이다. 그리고 이것이 번역본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기도 하다. 그 분수령을 향해 가 보자:


부처님은 과연 산문(山門)의 세월이 깊어갈수록 그리워지는, 스승 가운데 스승이다. 그 옛날, 그 분이 우리처럼 땅 위를 걷고, 말하고, 우리를 바라보았을 그 때는 진정 그립고 그리운 시절이다.

아, 그 분의 용맹한 지혜는 만고에 변치 않는 히말라야의 설봉(雪峰)처럼 드높아, 온갖 미혹된 소견과 팔만사천의 번뇌를 거침없이 부숴버렸고, 그 분의 헤아릴 수 없는 자비심은 드넓은 인도평원 저 아득한 지평선 너머로 가장 낮은 각도에서 뜨고 지는 태양빛처럼 따스하게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어 적셨으리라. 모습은 사자처럼 위엄이 넘치고, 걸음걸이는 코끼리처럼 당당하고…… 호숫빛 같은 눈매는 타르사막 한가운데서 한밤중에 바라보는 별빛 같았으며, 진리를 설하는 음성은 태고의 파도소리처럼 잔잔하면서도 저항할 수 없는 힘과 깊이가 서리고 맑았으리라.

이 경에는 실로 그런 부처님의 면면이 절절하게 드러나 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혹시 이것이 법구경의 본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러나 이것은 역자의 <옮기고 나서>의 한 대목이다. 부처님의 지혜, 그 분의 자비심, 그 분의 모습, 그 분의 걸음걸이, 그 분의 눈매, 그 분의 음성을 이처럼 장엄할 수 있다니, 마치 부처님을 곁에서 모셨던 어느 제자가 오늘의 한국에 살아온 듯했다. 그것도 누구보다도 유려하게 우리말을 구사할 줄 아는 어느 제자가.


이런 안목이 있기에 역자스님은 법구존자의 편집을 재배열할 수 있었겠다. 논리적 연결보다는 게송에 등장하는 낱말을 중심으로 분류한 법구경의 기존 편찬에, "조심스런 마음으로 약간의 틀을 벗어난 시도를 감행"(346면)한 것이다. "내리 읽어나가도 끊어지지 않고, 점점 법의 대해 속으로 깊어져 들어가는 느낌이 들기를 기대"(346면)한 역자스님의 이 시도에는 산문에서 정진하는 수행자의 맑고 두렷한 눈길이 들어 있다. 이 눈길은 낱말의 선택에서도 드러나며 운율, 문체에서도 드러나며 편집에서도 드러난다. 역주와 옮긴이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이 역본을 일이관지하는 것은 한 마디로 '선승의 두렷한 눈길'이다. 부처와 선지식과 수행자를 한 꼬치에 꿰는 듯한 눈길.

이런 책을 평할 때 드는 유일한 아쉬움은 이것이다. 역자의 한마디 한마디는 황금덩어리 같은데, 이 책을 평하는 나의 앎은 깨진 기왓장 같다는 것. 그리하여 내 기쁨은 실로 크기만 하다:


어머니가 살아계신 세상은,
아버지가 살아계신 세상은 기쁨이다
수행자가 있는 세상은 큰 기쁨,
성스러운 수행자가 있는 세상은 진실로 큰 기쁨이다(30면)

역자스님께 삼배를 올린다. 그리고 이 책을 선물해 주신 분께 두손 모아 감사를 전한다.



(log-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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