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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마구니 ] 유가사지론과 해심밀경 (12)
이름 운영진 날짜 2001-09-19 [22:19] 조회 11004
 
[번  호] 173      [등록일] 2001년 06월 05일 20:09      Page : 1 / 28
[등록자] HANNEWS          [조  회] 1 건           
[제  목] [ 마구니 ] 유가사지론과 해심밀경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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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사지론과 해심밀경

(1) 유가행파의 기초 - 명상의 실천철학

유가사지론과 해심밀경

  <해심밀경(解深密經)>과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약칭<유가론
>)은 아마도 용수 이후 그리고 400년 이전에 작성되었을 것이다. 이
들은 5세기경에 무착(無착, Asanga)과 세친(世親, Vasubandhu)의
두 학자에 의해 대성된 유가행파(瑜伽行派, 唯識學派라고도 한다)의
선구적 문헌이다. 오늘날 거의 통설이된 학설에서는 유가행파의 개
조는 역사적 인물로서의 미륵(彌勒, Maitreya)이며, <유가사지론>은
그의 대표적 저작이고 <해심밀경>은 <유가사지론>의 선구적 문헌
이라고 한다.

  그러나 본서에서는 다음 장에 설명하는 이유에 의해 미륵 실재설
을 인정하지 않고, <유가사지론>의 저자는 <해심밀경>의 저자와
마찬가지로 불명이며, 이들 양자는 거의 동싣에 성립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유가사지론> 성립 당시 학파로서의 유가행파는 아직 명
확한 형태를 갖추지 못하였을 것이다. 마치 6세기 이후에 학파로서
의 조직을 정비한 중관파가 용수의 <중론>을 그 창도적 문헌으로
간주하였던 것과 같이, <유가사지론>도 5세기 이후 학파의 조직을
확립한 유가행파에 의해 창도적 문헌으로서의 위치가 확인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유가사지론>의 원명은 Yagacaraghumi인데, 이는 유가사
(Yogacara = 요가수행자)의 실천단계(bhumi = 地)의 의미이다. 유
가는 명상·정신통일의 수행으로, 일반적으로 선·삼매 등으로 불리
는 것과 동일하다. 유가사는 이 명상수행에 진력하는 사람을 의미하
며, 유가행파(Yogacara)라는 학파의 명칭은 이 유가사에서 유래한
다. 옛부터 널리 읽혀 온 텍스트는 현장역(646∼648년)의 <유가사지
론>으로서, 이는 한역으로 100권에 이르는 방대한 문헌이다. 전체는
5부문 즉 5분(分)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처음의 2분이 이 논의 주된
부분이다. 티벳역으로는 전체역이 현존하나(동북대학목록
No.4035-4042, 영인북경판목록 NO.5536-5543), 뒤의 3분의 배열순이
한역과 다르다. 산스끄리뜨원전은 제1분에 상당하는 부분만이 현존
하며 그 분량은 전체의 반에 이르나, 일부분 밖에 출판되어 있지 않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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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사지론>의 조직(현장역 100권)
1. 本地分 (권 1∼50) : 17地를 논함
  (1) 五識身相應地 (권1)            (10) 聞所成地 (권13∼15)
  (2) 意地 (권13)                  (11) 思所成地 (권16∼19)
  (3) 有수有사地                    (12) 修所成地 (권20)
  (4) 무수유사地 (권4∼10)          (13) 聲聞地 (권21∼34)
  (5) 無수無四肢                    (14) 獨覺地 (권34)
  (6) 三摩사多地 (권11∼13)        (15) 菩薩地 (권35∼50)
  (7) 非三摩사多地 (권13)          (16) 有餘依地 (권50)
  (8) 有心地    (9) 無心地 (권13)    (17) 無餘依地 (권50)

2. 攝決擇分 (권51∼80)              본지분 중의 주된 내용을 해설

3. 攝역分  (권81∼82)                여러 경의 儀則을 해석

4. 攝異門分 (권82∼84)              경 가운데의 제법의 명의를 해석

5. 攝事分 (권89∼100)                삼장 중의 주된 의미를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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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1부분 중의 보살지의 부분은 일찍부터 독립적으로 유포되어 5
세기 전반에 두번이나 한역되었으며, 산스끄리뜨원전도 독립되어 있
는 것이 발견된다.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한역에 이역이 있음은 본
서가 부분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해심밀경>은 붓다의 깊고 깊은 가르침을 해명한 경이라는 의미
로서, 그 이름이 가리키는 바와 같이 새론운 이론이 제시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애독되는 것은 현장역(647년)의 <해심밀경> 5권이지만,
이역으로 보리유지역의 <심밀해탈경(深密解脫經)>(5권, 514년)이 있
으며, 이밖에도 부분적인 이역이 있다. 산스끄리뜨원전은 현존하지
않으나, 티벳역은 현존한다. <해심밀경>은 <유가사지론>의 제2분
'섭결택분' 안에 (현장역의 권75∼78) 거의 전문이 인용되어 있다.
이 인용의 방식으로 판단하면, 이 경은 <유가사지론>의 일부를 구
성하는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성립의 사정

  <유가사지론>은 별표에 보는 바와 같이 17지의 단계를 중심으로
한다. 이를 처음의 오식신상응지와 마지막의 무여의열반지를 연결하
여 보면, 경험적 세계에서 열반의 이상적 세계에 이르는 단계를 제
시하고 있어 요가의 실천단계를 반영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중
간의 여러 단계는 실천적이라기 보다는 교의적 관심이 강하다. 실제
로 각 단게에서는 대·소승에 걸친 모든 교의에 대해 언급하고 있
다. 그 학설은 이론적이라기 보다는 교의·개념의 수집·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아비달마에 준하도록 대승의 교의를 조직화할 요
청에 따라 이 논서가 선구적으로 작성되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중의 일부분이 독립적으로 유포되고 있으므로 원래는 각 부분
이 별도로 성립되었을 것으로도 상상된다. 그러나 전편에 걸쳐 다른
부분을 예상한 서술이 나타남은 현재의 형태가 일시에 작성되었음
을 보여준다. 그런데 방대한 논술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뒤에 기술
되어 있는 미세한 기사를 예상하고 그곳으로 설명을 미루는 예가
많은 점은 개인으로 저작으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해심밀경>의 거
의 전문이 인용되어 있는 것도 경전인용으로서는 이례적이다. 또한
제2분인 '섭결택분'은 제1분인 본지분의 보유·속편의 형태로 작성
되어 있으므로, 본지분은 독립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본지분
중의 보살지는 독립적으로 유포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고려하
면 아마도 <유가사지론> 중의 어느 부분이 별도로 성립되고 이와
평행하여 <해심밀경>은 <유가사지론>과는 다른 의도로 작성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양자를 비교하여 보면 <유가사지론>이 교의개념
의 수집·분류에 역점을 두고 있음에 대해, <해심밀경>은 뒤에서
설명되겠지만 대승 독자의 철학적 이론의 전개에 유의하고 있다. 물
론 양자는 서로 어울려 후세의 유가행파의 방향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소승의 아ㅣ달마문헌에도 유가사로 불리는 사람들이 존재
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점에서 <유가사지론>의 원류는 이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들이 어떻게 대승과 관계를 가졌는
가는 확실치 않다. <유가사지론>의 본지분 중에는 성문지9제13지)
외 보살지(제15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전자는 소승의 실천교
의, 후자는 대승의 실천교의를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부분은
그 장절이 '4종의 유가의 주제'로 분류되어 있다.


실천의 단계

  <유가사지론>의 입장은 공삼승(共三乘), 즉 대승·소승 공통의
입장이라고 한다. 이는 동일한 교의, 동일한 실천의 조직을 대상으
로 하면서 삼승 즉 대승과 소승은 각각 다른 입장에서 그 의미를
이해·실천함을 의미한다. <유가사지론>은 이러한 형태로 대·소승
의 교의를 통일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17지 가운데 성문지·독각지·보살지를 단계적으로 병
기하고 있는 것은 실제로는 삼승이 병존함을 의미한다. 독각은 연각
과 같은 말인데, 독각지에 대해서는 극히 간단히 기술되어 있다. 이
는 소승의 실체가 성문지에 있음을 말한다.

  성문지의 학설은 현실의 구체적 실천생활에 밀접히 관련되어 설
명되는 측면이 강하다. 여기에서 요가는 명상의 방법을 가리킨다.
이에 대해 보살지의 설명은 이상주의적이며, 여기에서 요가는 보살
행의 정신을 가리킨다. 대승으로서는 물론 보살지가 가장 중요하다.

  보살지는 전체가 10항목으로 조직되어 있다. 제1항목의 내용은 다
시 18장으로 세분되며, 마지막에는 총괄적인 1장이 덧붙여져 모두
28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논술의 과정은 보살의 인격적 원리 즉
'종성(種姓, gotra)'으로 부터 시작하여, 다음으로 발심(發心)을 논하
며, 다양한 실천론을 지나, 마지막으로 여래의 공덕에 이른다. 그 사
이의 제22장에는 13주(住)의 계위가 논의되고 있으며, 이를 제25장
에서는 7지(地)로 포섭하는 바, 이는 <화엄경>의 10지의 설에 기초
한 것이다. 28장의 조직, 13주·7지의 계위 모두가 보살에서 붓다에
이르는 연속적인 실천단계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어느 경우
에도 각 단계의 첫머리에 '종성'의 개념이 나타나 있는 점이 주목된
다.

  종성은 그 이전부터 사용되었던 개념이나, 대승불교에서는 <유가
사지론>에서 처음으로 교의화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많은 의
미를 포함하고 있지만 가계·종족·혈통이라는 의미에서 유래되며,
수행자 자신이 그에 소속되어 있음을 이상으로 하는 종교적 인격의
형태 또는 그러한 인격을 성립시키는 소질을 말한다. 대승에서는 보
살이 어떠한 형태로든 성불할 자격을 미리 갖추고 있는 것으로 생
각되었는데, 이것이 종성의 개념으로 표현되었던 것이다.


오성각별(五姓各別)

  <유가사지론>은 여러 곳에서 종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를
정리하면 91) 불(佛) 종성(또는 보살종성), (2) 독각종성, (3) 성문종
성, (4) 부정(不定)종성, (5) 무(無)종성이라는 5종성(또는 5성)의 구
별이 된다. 다만 5종성을 일괄하여 한꺼번에 설명하는 곳은 없다.
이중 앞의 셋은 삼승 각각의 인격을 실현함이 결정되어 있는 소질
로서 보통 결정성(決定性)이라고 한다. 네번째의 부정종성은 삼승의
어느 하나에 한정되지 않고 무엇으로도 될 수 있는 소질이다. 다섯
번째의 무종성은 삼승의 어떠한 소질도 결여되어 있는 자, 즉 깨달
음에 이를 수 없는 사람이다. 중생에는 이 5종성의 구별이 고정되어
있다. 이를 오성각별설이라고 한다.

  <유가사지론>의 '섭결택분'은 무종성이 존재함을 논증하고 있는
데, 이는 새로운 주장이었을 것이다. 대승불교는 한편으로는 일체중
생에 여래장·불성이 존재함을 설한다. 그러나 <유가사지론>은 이
교설과의 관계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이 논에 여래
장·불성이라는 말도 없다.

  삼승을 통일하는 의미의 일승사상은 <유가사지론>에서도 인정되
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한정되어 있다. <해심밀경>에 있어 대
승·소승의 교리는 동일법계(法界)·동일이취(理趣)로 귀착된다. 그
러므로 일승을 설할지라도 종성의 차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는 삼승은 교법·사상에 있어서는 통일되지만, 인격(종성)에
있어서는 통일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이승(二乘)의 무리가
깨우친 인격은 해탈신, 대승의 무리가 깨운친 인격은 법신으로 양자
에는 구별이 있다고 한다. 이는 <법화경>이나 여래장계 경전이 삼
승은 교법 뿐만 아니라 인격에 있어서도 통일되어 있으며 삼승 모
두가 법신을 실현한다고 하는 것과는 상이한 사상이다.


(2) 새로운 이론의 전개

제3의 입장

  붓다의 깊고 깊은 가르침을 해명하였다고 하는 <해심밀경>은 매
우 의욕적인 경전이다. 이 경전이 목표로 하는 것은 종전의 대승·
소승의 교의를 종합한 새로운 대승교의를 확립하는 것이었다.

  이 경의 제5장(無自性相品)에는 소위 삼시교(三時敎)의 주장이 있
다. 그것은 석존의 가르침에는 삼시의 단계적 순서가 있다는 것이
다. 처음의 제1시에 붓다는 소승의 무리를 위해 사제(四제) 등의 가
르침을 베풀었으나 이는 미완성의 가르침(未了義)이었으므로 논쟁이
일어났다. 그러므로 다시 제3시에 대·소승의 무리를 위해 명확한
학설로서 일체개공을 설하였다. 이는 환성된 가르침(了義)이었으므
로 논쟁은 그쳤다고 한다.

  삼시의 가르침은 불교사상의 역사적 발달단계를 상징적으로 제시
하는 것이다. 제1시는 소승제파의 사상, 제2시는 이에 대한 반정립
으로 <반야경>·용수 등으로 대표되는 대승의 '공' 사상, 제3시는
이상의 대·소승의 사상을 종합한 제3의 사상으로서의 이 경의 입
장을 제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부를 대표로하는 소승불교는 복잡한 법의 체계를 구성함과 동
시에 자성설에 입각하여 제법의 본체를 실재시하였다. 이에 대해 <
반야경>·용수는 공의 사상으로 소승을 비판하고 법의 자성을 부정
하였으나 교의의 체계를 구성하는 일에는 무관심하였다. 그러므로
그 부정적인 측면만이 확대되어 일부에게는 허무론(惡取空)으로 오
해되었다. 이에 대해 <해심밀경>은 공의 사상에 입각하면서 소승불
교의 교의개념을 채용하고 대승의 교의를 조직하고자 하였던 것이
다.

  이 때 기초가 되었던 것은 '가설(假說)'의 관념이다. 가설(施設이라
고도 한다)은 언어로 표현함, 교의를 구성함의 의미이다. 특히 <반
야경>과 용수의 사상에서는 실체가 없음을 임시로 언표함, 편의적
으로 표현함의 의미로 사용된다. <반야경>에서의 가설은 공과 동의
어이다. 그러나 <반야경>사상 계통에서는 언어적 표현을 단순히 편
의적인 것으로 밖에는 생각치 않는다. 따라서 교의체계에 본질적인
의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해심밀경>과 유가사지론.은 가설을 공과 동의어라고
하면서도, 이를 단순히 편의적인 것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이에
진리의 언어적 표현으로서의 의의를 인정하고 하였다. 소승불교에서
는 오온·십이처·십팔계 등의 다양한 법이 주장되고 있다. 그런데
<해심밀경>에서는 이들이 실체성이 없는 공이기는 하지만, 법의 체
계 그 자체는 진리의 언어적 표현으로 긍정되고 있다.

  따라서 소승불교의 교의는 다소 개조되면서도 거의 그대로 대승
에 채용되며, 대승의 교의로 재생케 되었다. 이와 함꼐 언어를 초월
한 승의제의 진리와 언어적으로 표현된 세속제의 진리의 구별을 기
본으로 하여 진리의 단게와 종류를 구분하는 사고법이 후대의 유가
행파에 유력하게 되었다.


유식설

  <해심밀경>에는 여러가지의 새로운 이론이 제창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 주된 것은 (1) 유식설(影像門의 유식), (2) 알라야(alaya)식연
기설(阿賴耶識緣起說), (3) 삼성삼무성설(삼성삼무성설)이다. 이들은
각 장에 개별적으로 설명되고 있으나, 후의 유가행파에서는 이 파의
기초적 이론으로서 이들을 관계짓고 있다.

  제6장(分別瑜伽品)에는 요가의 실천방법이 설명되어 있는데, 그
기본은 마음을 적정케 하는 '지(止, samatha)'와 대상을 관찰하는
'관(觀, vipasyana)'을 차례로 수행하는 것이다. 이 경우 관에 대해
경은 "관의 삼매 중에 더오르는 여러 영상은 마음과 다른 것이 아니
다. 왜냐하면 그 영상은 유식이기 때문이다. 식의 대상은 오직 식이
나타난 것이다."라고 한다. 아마도 이것이 유식(唯識, vijnaptimatra)
이라는 말이 사용된 최초의 예일 것이다.

  유가행파의 철학적 이론으로서의 유식설을 간단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즉 일체의 존재는 마음이 대상을 식별하는 작용인 '식(識,
vijnana)'에 의해 현출한 것으로, 단지 식별된 것(vijnapti=識)으로서
만 존재한다. 그러므로 일체의 조재는 마음을 떠나 외계에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역의 '식'의 원어에는 vijnana와 vijnapti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유식이라고 하는 경우 그 원어는 후자이다. 전자는 대상을 식별하는
마음의 작용, 후자는 식별된 것이라는 의미로서 식별작용에 의해 현
출한 인식의 내용을 가리킨다. 아비달마에서는 다양한 업의 종류를
구별하는 가운데 다른 사람에 표시·전달할 수 있는 신(身)·구(口)
의 업을 표업(表業, vijnapti-karma)이라고 한다. 이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vijnapti는 다른 사람에 표시·이해되는 일정한 형식을
지닌 의미의 표현, 즉 지식·정보를 말한다. 존재는 지적인식의 대
상으로서 일정한 의미의 형체를 지니고 있다. 이는 마음 속의 영상
에 속하며, 이 이외에 존재의 본질은 없다고 하는 것이 유식설의 기
본적인 생각이다. 광의의 유식에는 여러가지 이론이 포함되어 있으
므로 이 사상을 특히 '영상문(影像門)의 유식'이라고 한다. 이것이
중심이 되고 이에 다른 이론이 결합되어 유가행파의 철학사상이 발
전하였다.


알라야식설

  <해심밀경> 제3장(心意識相品)에는 종전의 안·이·비·설·신·
의의 6식설에 대해, 알라야(alaya, 阿賴耶)식 또는 아다나(adana, 阿
陀那)식이 논의되고 있다. 경전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일체의 생명있는 것이 이 세상에 출생하는 것은 일체종자식(一切種
子識)이 생장하여 육체적인 여러 기관(根)을 유지하며, 갖가지 분별
의 언어(言說, 허論)에서 부여된 인상(熏習)을 유지함을 근본으로 한
다. 이러한 점에서 아다나식이라고 하며, 또한 개인 존재와 밀접히
결합되기 때문에 알라야식이라고 한다. 이 식을 소의로 하여 6식이
생기한다. 이 생기의 모습은 마치 부단히 지속하는 냇물의 흐름에
많은 파랑이 일어나는 것과 같다. 이 식은 미세하여 그 존재는 용이
하게 인식되지 않는다. 만약 범부에 이를 설하면 아(我, atman)로
오인, 이에 집착하므로 불타를 이를 걱정하여 훌륭한 보살에게만 설
한다.

  아다나식은 집지식(執持識)으로 번역된다. 이는 개인존재의 중심
에 있으면서 몸·마음과 환경세계를 유지(執持)하는 작용을 하는 식
이다. 이를 알라야식이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이 말이 더 널리
사용된다. 알라야는 집착·결합·주처(住處)·기저(基底) 등 그 함축
하는 의미가 많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주처의 의미로 해석된다.
알라야식이 '장식(藏識)'으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러한 사
정을 말해준다. 이는 일체제법을 '종자'라는 가능태로 그 안에 내장
하는 식이라는 의미이다. 종자란 마치 씨앗에서 싹과 꽃이 피어나듯
이, 일체제법을 출현시키는 가능적 힘이 마음 속에 잠재해 있는 것
으로 보아 이를 종자로 부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알라야식을 '일체
종자식'으로도 부른다.

  무아의 입장을 취하는 불교는 그 이론을 전개하는 과정에 행위
(業)의 책임 주체를 어떻게 생각하여야 할 것인가 라는 문제에 봉착
하였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소승의 제부파에서는 무아설에 입각
하면서 업·윤회의 주체로서의 다양한 원리를 상정하였으나 충분한
해결책을 얻지는 못하였다. 그 주된 이유는 안이비설신의의 6식의
범위 안에서 해결코자 할때, 현재심(顯在心)에는 단절의 현상이 있
으므로 이론상 행위주체의 지속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
심밀결>은 이를 잠재심(潛在心)에서 구하였다. 즉 6식의 밑바닥에
부단히 지속되는 식을 상정하고 이를 알라야식으로 불렀던 것이다.


  이 경우 주체의 기능에 대한 생각은 종전의 제부파의 그것과 유
사한 점이 많으나, <해심밀경>은 새로이 알라야식은 언설의 훈습,
즉 관념에 의해 형성된다는 주장을 부가시켜 유식설의 관념론적 입
장을 명시하였다. 또한 부단히 지속한다는 점에서는 동일성을 근본
성질로 하는 아(atman)의 기능을 대신하는 측면을 갖는다. 그러므로
경은 알라야식이 아로 오인되기 쉬우며, 따라서 범부에게는 설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을 것이다.

  <유가사지론> 섭결택분은 <해심밀경>의 설을 발전시켜, 알라야
식의 존재를 증명하는 여덟가지 이유, 알라야식의 다석가지 성질 등
을 상세히 논하고 있다. 전자는 현실의 어떤 현상에 대해 그것이 왜
일어나는가를 설명하는 이유로서 알라야식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
면 안됨을 지적하는 것이다. 결국 이는 알라야식의 기능을 규정하는
것이다.

  그 기능에 있어 알라야식은
  1. 이전의 업의 과보인 이숙식(異熟識)으로서 무복무기(無覆無記)
    의 동일성을 지속시키고 몸·마음을 유지한다.
  2. 개체의 발생 즉 모태에 생명이 잉태되는 현상을 가능케 한다.
  3. 이를 소의로 하여 여러 식이 협동하며, 명확한 인식을 성립시
    킨다.
  4. 종자를 유지하며, 제법의 차별상을 성립시킨다.
  5. 환경세계·신체·자아·대상계의 4종을 표상하는 작용을 일으
    킨다.
  6. 신체의 감각을 항상 유지한다.
  7. 현재심(顯在心)의 작용이 전적으로 지멸된 무심정(無心定)에서
    도 정신주체가 존재함을 가능케 한다.
  8. 개체의 사후, 얼마동안 육체를 유지하며, 이를 잔존시킨다.

  알라야식의 다섯가지 특질은 다음과 같다.
  1. 내적으로는 감각기관(根)과 그 소의인 육체기관과 집착된 인상
    (種子)을 유지하며, 외적으로는 환경세계를 유지한다.
  2. 항상 촉(觸)·작의(作意)·수(受)·상(想)·사(思)의 5심소(心所)
    를 수반한다. 이 5심소는 어떠한 경우에도 일어나는 심소로서
    일반적으로 편행심소(遍行心所)로 불린다.
  3. 안·이·비·설·신·의의 6식과 상호 인과관계를 가진다. 알
    라야식으로 부터 여러 식이 생기며, 여러 식이 알라야식을 훈
    습하여 종자를 형성시킨다.
  4. 6식 및 말나(末那, manas)식과 동시에 생겨 작용한다.
  5. 번뇌를 낳아 미혹의 세계를 성립시키는 근본임과 동시에, 번뇌
    를 소멸시켜 깨달음의 세계로 전환되는 성질을 갖는다.

  이러한 설명은 반드시 조직적이지는 않지만, 후세의 유가행파 학
설의 기초가 되는 생각이 이미 여기에 제시되어 있다. 요컨대 알라
야식이 모든 기능을 지니게끔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다섯가지 특질 가운데 네번째로 말나식을 설정하고, 다섯번째에
깨달음으로의 전환을 말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원시경전
에는 알라야라는 말을 애착·집착의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이 알라야식은 처음에는 아집을 관장하는 식으로 상정되었
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체로서의 다양한 기능이 이에 부여됨으
로써 단순한 아집과는 구별되며, 한편으로는 깨달음에의 가능성도
추구되게 되었다. 그리하여 알라야식으로부터 아집의 기능을 독립시
키고 이를 말나식이라 하였던 것이다. 말나식은 아견(我見)·아만(我
慢)·아애(我愛)·아치(我치)의 네 번뇌를 항상 수반하며, 알라야식
을 아로 망상하고 이에 집착하는 작용을 하는 식이다. 말나(末那)는
보통 '의(意)'로 번역되는 바와 같이 '생각하는 작용'의 의미를 갖는
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특히 알라야식을 아로 오인하는 생각을 말한
다.

  알라야식도 말나식도 모두 선악에 대해 무기(無記=중성)의 성질을
갖지만, 말나식은 번뇌에 가려 있으므로 유복무기(有覆無記), 알라야
식은 그 본성이 번뇌에 가려있지 않으므로 무복무기(無覆無記)라고
한다. 이렇게 하여 안·이·비·설·신·의·말나·알라야의 8식의
체계가 성립되었다. 이중 말나식을 제7식, 알라야식을 제8식으로 부
르기도 한다. 그러나 알라야식은 원래 윤회와 업의 주체로 상정되었
기 때문에 미혹의 세계(雜染)의 근본으로 규정된다. 따라서 이것이
어떻게 개달음으로 전화되는가 하는 점이 후세에 큰 문제가 되었다.


삼성삼무성설(三性三無性說)

  <해심밀경> 제4장(一切法相品)·제5장(無自性品)에는 삼성삼무성
설이라는 학설이 논의되고 있다. 삼성이란 3종의 자성으로, 변계소
집성(遍計所執性)·의타기성(依他起性)·원성실성(圓成實性)의 셋을
말한다. 그리고 삼무성은 3종의 무자성으로 삼성의 각각에 대응하는
상무자성(相無自性)·생무자성(生無自性)·승의무자성(勝義無自性)의
셋을 말한다.

  변계소집성은 두루 분별에 의해 계량(구성)되고 실재물로 집착되
는 성질을 말한다. 우리는 개념·언어에 대응하는 실재물이 존재한
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소라는 말은 실재하는 한마리의 소를지
시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말이 표현하는 의미는 소 일반의 성
질을 규정한 것 즉 소라는 개념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개체적으로
존재하는 소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세간의 사람들과 소승
유부의 학자들은 언어의 배후에 실재물을 상정하고 이에 집착을 하
나, 이는 그릇된 것이다. 그러므로 개념에 의한 규정(相)에 대해서는
어떠한 실재물도 상정되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변계소집성은 '상무
자성'이다.

  의타기성은 다른 것에 의존하는 성질로서, 제법이 인연에 의해 시
간적으로 생기함을 가리킨다. 다른 것이란 곧 인연이다. 제법은 다
른 것에 의해 생기하며, 그 자체 독립적으로 생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의타기성은 '생무자성'이다.

  원성실성은 완전·진실된 성질로서, 무위법의 '진여'를 가리킨다.
이는 승의에 있어서의 무자성이기 때문에 '승의무자성'이라고 한다.

  <반야경>·용수·여래장경전 등 종전의 공의 사상에 포함되어
있는 부정(무자성)의 의미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세가지 형식을
구별할 수 있음에 틀림없다. 첫째는 언어·개념적 표상은 허구로서
이에는 실재성이 없다는 것, 둘째는 인연에 따라 생각하는 것은 상
대적·상호의존적인 것으로 이에 독립적 실체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궁극적 실재는 불생불멸·상주무위로 현상계와 상즉
하면서도 그 자체는 현상을 초월하며, 상대적인 언어 표현을 부정한
절대계라는 것이다. 동일한 공의 의미가 이와 같이 분석되었기 때문
에, 3종의 무자성은 결국 동일한 의미로 귀착한다. 그러나 분석은
곧 부정의 의미가 한정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한정에서 소외된
관념은 오히려 긍정될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된다. 예를들어 의타기
성의 생무자성은 용수가 연기하는 불생이라고 하였던 사사과 다른
것이 아니나, 단지 '자신에 의해서는 생기하지 않으므로 불생이다'라
는 한정을 붙이으로 말미암아 그 이면에는 '타자에 의해 생기한다'
라고 하는 바의 생기의 긍정을 함의하는 것이 된다. 이와 같은 이유
로 후대의 유가행파는 점차 3종의 무자성의 의미의 차이를 의식하
게 되었으며, 그럼으로써 이들의 상호관계에 대해서도 이론(異論)이
생기게 되었다.

  실은 <해심밀경>에도 이미 삼성 또는 삼무자성의 상호관계에 대
한 상당히 복잡한 논의가 있다. 그중에는 후대의 발전을 규정하였던
것으로 생각되는 두가지의 사고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첫째는 변계
소집성이 인식되어야 할것, 의타기성은 미혹된 법으로서 단멸되어야
할 것(십이지연기)이라고 하고, 변계소집성은 무자성을 알므로써 의
타기성을 멸해 원성실성에 오입(悟入)한다는 설명방식이다. 이에 따
르면 변계소집성은 구별적 인식(분별)의 대상으로서, 개념에 의해
구성된 일체의 법을 가리킨다. 이에는 세간의 망상, 이교도의 철학
적 개념, 대·소승에서 수립한 교의적 개념 등 언어·개념으로 표현
된 것 일체가 포함된다. 이러한 변계소집성은 본래 실체성이 없는데
도 이를 실지할 때, 시간적인 법인 의타기성이 미혹의 사실로 성립
된다. 그리고 그 존재성을 부정할 때, 깨달음의 세계로서의 비시간
적인 원성실성이 실현된다. 그러므로 원성실성은 존재성을 배제한
순수한 의미의 세계로 이해된다. 다만 이는 존재의 세계를 떠난 것
이 아니라, 존재에 내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행무상'이라는 진
리는 무위·상주의 진리로서 비시간적이지만, 이는 무상한 제행 즉
시간적인 제법과 불일(不一)·불이(不異)의 관계에 있으며, 이 가운
데에 드러나 있는 것이다.

  둘째는 의타기성과 원성실성에 대해 변계소집성이 허구를 일으키
며, 이에 집착함으로 말미암아 미혹이 발생한다는 설명방식이다. 이
에 의하면 존재의 세게는 시간적인 유위법(현상의 측면)과 비시간적
인 무위법(의미의 측면)의 두 측면으로 나뉘게 된다.

  유식설의 관념론적 입장에서 보면 첫번째의 생각이 근본적이다.
그러나 이를 근본으로 하면서도 두번째, 말하자면 존재론적인 사상
도 동시에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주로 후자의 측면에서 유식설에
비해 보다 존재론적 색채가 강한 여래장사상과 교섭하는 일이 발생
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공의 부정의 의미가 한정된다고 함은 비존재적인 '의미'를 실재시
하는 사상과 어울려 공에 입각하면서도 '유'를 주장하는 사상이 됨
을 의미한다. 후대의 유가행파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점차로 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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