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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범망계본011
이름 동봉스님 날짜 2018-01-14 [04:11] 조회 2398
 
기포의 새벽 편지1097
범망계본011
동봉


보살, 정진바라밀
-----♡-----

세상에 이름씨名詞는 없습니다
오로지 움직씨動詞만이 있을 따름이지요
특히 정진바라밀精進波羅密 만큼은 
여느 바라밀보다 움직씨입니다
하기는 보시 지계 인욕바라밀도
움직임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니
으레 이름씨가 아니라 움직씨이고
선정 지혜바라밀 정도라야
바야흐로 이름씨에 속한다 할 것입니다

움직임에 있어서도 속도가 있지요
서서히, 그러나 끊어짐이 없는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불교에서의 정진바라밀은 
생명이 지닌 맥박에 비견될 수 있는데
맥박은 정상적인 경우라면
분당 70회 정도를 뛴다고 합니다
하루 10만 번 맥박이 뛰는 셈입니다

맥박이란 잠시도 멈출 수 없습니다
밥 먹고 차 마시고
잠을 자거나 깨어 있거나
오거나 가거나
앉거나 눕거나
명상瞑想하거나 망상妄想하거나
웃고 울고 
다투고 시시덕거리고
쉬거나 일하거나 
포탄이 비오듯 퍼붓는 전장戰場에서도 
심지어 사랑을 나누는 그 순간에서도
맥박은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정진바라밀도 그러합니다

정진의 정精은 정밀의 뜻이고
정진의 진進은 나아감의 뜻이지요
정精이란 쌀찧음의 정도인데
여든여덟 번米의 손이 간다는 논농사
그렇게 해서 얻은 쌀인데
쌀을 찧고 쓿을 때도
겉껍질 왕겨와 
속껍질 등겨를 벗겨내고
찧고 찧고 또 찧어
쌀의 쓿은 정도가 정묘로울精 때
쌀米에서는 파르스름靑한 빛이 나지요
그 쌀이 바야흐로 정미精米입니다

왕겨만 벗겨낸 거친 쌀을
우리는 '거무스름한 쌀玄米'이라고 합니다
쌀의 겉껍질인 왕겨에 비해 
속껍질 등겨는 좀 거무튀튀합니다
등겨가 벗겨지지 않은 쌀이기에
거무튀튀한 쌀 곧 '현미'라고 부르지만
정미精米에 비해 거칠다粗고 하지요
거칠 조粗 자의 뜻은 
한문의 파자破字 그대로
더且 벗겨낼 껍질이 있는 쌀米입니다

요즘은 여러 번 쓿은 정미보다는
겉껍질만 벗겨낸 현미粗米가
몸에 좋다 해서 쌀값이 더 비싸다고 합니다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되었다고들 하는데
정말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정精 자에 담긴 뜻은
보살행자가 마음을 닦아감에 있어서 
쓿고 쓿고 또 쓿은靑 쌀米처럼
그 마음을 닦고 닦고 또 닦아
파르스름靑한 마음 본유의 빛米이 날 때
바야흐로 정성의 정精이 되고 
아울러 정성의 성誠이 될 것입니다

정진의 진進은 '나아감'이라 했지요
나아감은 공간의 뜻도 있고
시간의 의미도 있거니와
상태狀態situation의 뜻이 강합니다
다시 말해 현재 머무는 곳에서
안으로 들어갈 때도 적용되고
밖으로 나갈 때도 쓰이는 말이지만
현재의 상황보다 나은 쪽으로
점차 좋아지는 것이 이른바 '나아감'입니다

나아갈 진進 자에 실려있는 새 추隹 자는 
새 중에서도 꼬리가 짧은 새입니다
꼬리가 짧고 통통한 새로
두견새과의 뻐꾸기라든가
비둘깃과의 산비둘기도 있습니다
한자의 표기 가운데
새 조鳥 자는 새의 대명사로서
꼬리가 짧고 통통하며
덩치 작은 몇종류의 새를 제외하고는
모든 새들이 새 조鳥 자에 해당된다 봅니다

참새처럼 작은 새隹들이 나뭇가지木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모습을 본뜬 글자가
모을 집集/雦/雧 자입니다
이들은 작은 반응에도 쉽게 움직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마치 정어리떼처럼
동일한 구조로 움직입니다
앞서 나는 새가 따로 있고
뒤따르는 새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완벽하게 무리를 지어 동시에 움직입니다

쉬엄쉬엄 간다는 뜻을 지닌 책받침 착辶자는
달리다 뛰어넘다의 뜻도 
그 속에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아무튼 정진바라밀에서 '정진精進'의 뜻은
속도速度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옛선사들은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발등에 떨어진 불을 털어내듯
서둘러 공부하고 수행하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나는 감히 얘기합니다
"그대여, 부디 서두르지 말라
그러나 그렇다고 게으르지도 말라
끊임없이 그리고 정묘롭게
마음과 행동과 언어를 닦아가라
정상치를 넘어 빠르게 뛰는 맥박이거나
지나치게 천천히 뛰는 맥박이 아니라
언제나 자연스레 뛰는 맥박처럼!"

집家을 나와出서 수행 길에 들어선 자는
마치 심장이 피를 온몸으로 보내고
보낸 피가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면
말끔히 정화하여 다시 온몸으로 보내듯이
결코 쉬거나 지치거나 함이 없이
그렇게 갈고 그렇게 닦아가는 것입니다
출가出家에서 집家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집은 다름아닌 '돼지豕우리宀'입니다
돼지는 자기가 사는 우리 안에서
먹고 배설하고
잠자고 사랑하고
새끼를 배고 낳으며
그 새끼를 기르고 돼지의 삶을 가르칩니다

우리가 사는 것도 결국 다르지 않습니다
괴로움으로 가득한 우리에서
고뇌를 음식으로 먹고
고뇌를 배설하고
고뇌를 이불과 담요와 베개로 삼아
고뇌와 어울려 살면서 고뇌를 배고 낳고
고뇌를 모으고 키우고 쌓고 
고뇌와 함께 늙어가며
마침내 고뇌와 함께 저승으로 갑니다

보살의 정진바라밀이 무엇입니까
고뇌라는 범주category에서 벗어남입니다
바로 이러한 고뇌의 삶에 주저앉아
고뇌의 삶으로 받아들이며 살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고뇌를 즐거움으로
승화시켜 나아갈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삼독의 불火이 활활 타오르는 집宅에서 
괴로움으로 가득한 고뇌의 집에서
훌훌 벗어나 대자유인이 되려는
수행 길에 들어섰다면
나는 괴롭다
너도 괴롭다
그도 괴롭다
모두가 괴롭다
아으! 삶이란 다 괴롭다
요컨대 모두가 괴롭다苦만 외치고 있을 뿐
즐거움樂의 세계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보살의 정진을 통한 바라밀到彼岸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지요?

'정진바라밀'입니다
정진과 바라밀은 한몸입니다
띄어쓰기 '한 몸'이 아니라 붙여쓰기 한몸입니다
첫째도 정진이고 바라밀이고
둘째도 정진이고 바라밀이며
셋째도 정진이고 바라밀입니다
정진이 따로 있고 그 정진에 의해
피안에 이르는 순차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진 그대로가 바라밀이고
바라밀 그대로가 정진입니다

이는 마치 우주내에 광활한 공간이 있고
그 공간에 은하계가 있고
태양계가 포진하고 별들이 널려있고
성간星間 구름이 있고 
성간星間 에너지가 있고
다크dark 물질과 다크 에너지가 있고
항성 행성 위성 유성 블랙홀이 있고 
뭐 이런 저런 것들이 있고
게다가 시간이 있고
우리 인간이 있고
동식물이 있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모두를 통째로 우주라 함과 같습니다

이들을 떠나 어디에도 우주는 없습니다
사람도 미세한 미생물까지도
그냥 그대로 다 우주입니다
환경이라는 대우주가 따로 있고
사람이란 소우주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사람에 비해 조兆를 조로 나눈 크기의
아주 작은 미생물microorganism까지도 
그들 하나하나가 낱낱 우주인 동시에
그들을 포함한 상태 그대로가 우주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라밀을 떠나 따로 정진이 없듯
정진을 떠나 바라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
참고 : '보살, 보시바라밀'로부터
'보살, 지혜바라밀'까지는
.2014년12월 말에 산승이 쓴 글을
다시 가져와 약간 손 보았음을 밝힙니다
-----♡-----


01/14/2018
종로 대각사 '검찾는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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